중앙일보
22일 가든그로브 고구려 식당에 모인 한국전 참전 미해병의집협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가운데 앉아 있는 이가 박용주 회장, 박 회장 오른쪽이 윌리엄 그로니거 예비역 소장.
“60년 만에 한국땅을 다시 밟게 되다니 꿈만 같습니다.”
지난 22일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의 고구려 식당에선 뜻깊은 모임이 열렸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다음 달 3일 한국을 방문하는
미해병의집협회(Marine House Association USA.회장 박용주.74) 회원들이 출발 전 오리엔테이션 모임을 가진
것이다.
한국의 국가보훈처와 재향군인회는 해외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헌신에 감사하고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눈부신 성장을 이뤄낸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1975년부터 유엔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을 초청하고 있다.
지난 해까지 ‘재방한 행사’를 통해 2만6000명이 한국을 다녀갔다. 올해는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초청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지난 4월부터 오는 11월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참전 21개국에서 약 2400명을 초청할 계획이다.
이번에 방한하는 방문단은 국가보훈처 재향군인회의 초청과 6.25 당시 격전지였던 도솔산에서 문화제를 여는 양구군의 초청에 의해 구성됐다.
방문단 단장을 맡게 될 박용주 회장은 “총 35명의 회원이 한국에 가는데 오늘은 남가주 일대에 거주하는 23명이 참석했다”며
“방문단 전원이 한국전 참전용사이며 대부분은 60년 만에 한국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참전용사는 “전쟁 당시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기 싫다”며 한국 방문을 거절했다고 한다.
방문단은 대부분 80세가 넘었다. 최고령자가 1919년에 태어난 91세이고 최연소자가 1936년 출생한 74세이다. 리더 역할은 최상위 계급자인 로버트 헤이블 윌리엄 그로니거 예비역 소장이 맡는다.
방문단엔 한인도 한 명 포함돼 있다. 1965년 한국 해병대 소령으로 전역한 타이거 이(85)씨이다. 1970년 도미한 이씨는 “45년 만에 한국에 가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방문단은 한국에서 참전기념비를 찾아 먼저 간 전우들에게 예를 표한 후 한국 정부 한국의 미해병의집협회 주최 환영 행사에 참석하고 서울시를 방문하는 한편 용산 전쟁기념관 등지를 돌아볼 예정이다.
한국전 당시 중위 계급장을 달고 해병 조종사로 참전했던 그로니거 소장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뒤 60년 만에 지금처럼 눈부신 성장을 이룬 국가는 전세계에서 한국 뿐”이라며 “한국에 가서 놀랄 전우들을 생각하니 즐겁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도 한국 관련 뉴스는 관심을 갖고 챙겨 본다는 그로니거 소장은 최근의 천안함 사태와 관련 “내게 군복과 탄약 총을 주면
가서 싸우겠다”며 농담을 던진 뒤 “군사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치 외교적 문제이기도 하므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만에 만난 전우들과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던 참전용사들은 “한국이 우리를 잊지 않고 있어 고맙고 우리도 평생 한국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